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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엔 첫눈, 코스닥엔 눈물…‘대책 발표’ 다음이 필요하다

박해수 기자 |
서울엔 첫눈, 코스닥엔 눈물…‘대책 발표’ 다음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반대매매 완충 조치의 실제 작동 여부부터 점검해야

코스닥 공매도 규율, 성장시장 특성과 유동성 위험 반영해 재설계할 때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설 『설국』의 첫 문장으로 독자를 겨울에 데려다 놓는다. 긴 설명 없이도 눈 덮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엔 첫눈, 코스닥엔 눈물…‘대책 발표’ 다음이 필요하다

[사진설명=소설 『설국』의 집필지인 일본 니가타현 유자와의 다카한료칸에서 바라본 설경. 2014년 촬영. 사진=Daderot/Wikimedia Commons(CC0).]

8일 서울에도 첫눈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에서 첫눈이 관측됐다. 평년보다 12일, 지난해보다 26일 이른 기록이다.

하지만 서울 시민 모두가 눈을 본 것은 아니다. 서울의 공식 첫눈은 송월동 관측소에서 눈이 확인됐다는 뜻이지, 서울 전역에 눈이 내린 것은 아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연인들에게는 휴대전화 속 뉴스보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창밖이 더 중요할 것이다.

금융정책도 발표됐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효과를 낸다는 것은 다르다. 이 간극에는 낭만이 아니라 생계와 자산이 걸려 있다. 시장 안정 대책의 성패는 발표문의 문구가 아니라 투자자가 마주하는 거래 조건과 시장의 작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코스닥 644.27…반대매매 완충 조치, 계좌에서도 작동하는가

지난 6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14포인트, 5.03% 떨어진 644.27에 마감했다. 전날 700선을 내준 데 이어 이틀 연속 5% 넘게 하락했다. 장중에는 629.17까지 밀렸다. 단기간의 급락 앞에서 투자자가 느끼는 불안은 ‘변동성 확대’라는 표현만으로 담기 어렵다.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관계당국은 6일 긴급회의를 열고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140%)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쏟아진 매물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필요한 방향이다. 그러나 규제상 의무를 면제하는 것과 개별 증권사가 고객의 담보 유지 조건을 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발표만으로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가 자동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당국은 증권사별 적용 여부와 대상, 실제 적용 시점을 확인하고 투자자가 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치 이후 반대매매 규모와 강제 매도 압력이 실제로 줄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면 투자자에게는 하나의 발표로 남을 뿐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설명할 책임은 대책을 내놓은 당국에 있다.

코스닥의 설립 취지, 위기 때도 유효해야 한다

이번 급락을 계기로 코스닥의 역할도 다시 살펴야 한다. 코스닥은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시장이다. 기술성장기업에 별도의 상장 경로를 마련한 것도 현재의 이익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성장 가능성에 자본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상장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 성장금융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 이후에도 투자자가 기업을 평가할 정보를 얻고,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이나 임상, 사업화 단계에 있는 기업은 당장의 손익만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반대로 미래의 가능성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도 없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은 충실한 공시와 검증 가능한 정보, 전문적인 분석이다.

성장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는 이유로 검증을 느슨하게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보의 질과 시장 감시 수준을 높여야 한다.

거래제도 역시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상장 단계에서는 성장기업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는 충분한 대응 장치를 두지 않았다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공매도 규율도 그 점검 대상이다.

같은 공매도 원칙, 위험 관리 기준까지 같아야 하는가

공매도는 2025년 3월 31일부터 코스피·코스닥 전 종목에서 재개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제도개선과 함께 일부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보완도 추진했다. 거래 허용과 충격 완화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지금 필요한 논의도 그 연장선에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공매도를 허용한다는 공통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위험을 관리하는 세부 기준까지 같아야 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코스닥은 성장시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일괄 금지하자는 요구가 아니다. 코스닥 안에서도 기업의 규모와 재무 상태, 유통주식 수와 거래량이 다르다. 시장 이름만으로 보호 대상을 정하면 정작 취약한 종목을 가려내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거래 여건이다. 당국은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이나 특정 업종에 공매도가 집중되는지, 거래 규모와 잔고가 어떤 속도로 늘어나는지, 가격 급변과 거래 집중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과열종목 지정 기준 강화, 제한 기간 조정, 위험이 집중되는 종목에 대한 한시적 제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시장 전반의 거래 기능이 훼손되는 비상 상황이라면 보다 넓은 범위의 한시적 제한도 선택지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다만 제한의 발동 기준과 적용 범위, 종료 조건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책 개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또 다른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핵심은 공매도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어느 수준으로 대응할 것인지, 시장과 종목의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급락의 원인은 따지되, 투자자의 불안을 외면하지 말아야

주가지수 하락을 공매도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외국인 순매도와 공매도는 같은 개념이 아니며, 지수 하락만으로 특정 투자자의 수익 규모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원인을 잘못 짚으면 처방도 빗나간다.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기업 평가가 달라진 것인지, 기관 등 매수 주체의 수요가 약해진 것인지, 유동성 부족과 강제 매도가 하락을 증폭시킨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공매도와 관련한 시세조종이나 불공정거래 의혹이 있다면 거래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해야 한다.

합법적인 투자 전략과 불법 행위는 엄격히 구분하되,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개인투자자는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자신의 자산으로 감당하는 국민이다. 이들의 불안을 막연한 오해로 치부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당국은 공매도 거래와 잔고, 투자자별 매매, 반대매매 등 시장이 의문을 제기하는 자료를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설명해야 한다.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신속히 제재하고, 제도상 취약점이 드러나면 보완책과 시행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신뢰는 “문제가 없다”는 선언으로 생기지 않는다.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문제를 발견했으며, 어떻게 고칠 것인지를 보여줄 때 쌓인다.

지수를 보장할 수는 없어도, 시장의 기능은 지켜야 한다

정부가 특정 지수대를 지켜주거나 투자 손실을 보전할 수는 없다. 코스닥 지원이 부실기업의 연명이나 과도한 기업가치의 방어로 흘러서도 안 된다.

그러나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기업의 위험과 제도가 완충해야 할 시장의 위험은 구분해야 한다. 연구개발의 실패 가능성은 투자 판단의 영역이다. 반면 유동성 경색과 강제 매도가 맞물려 충격이 증폭되는 구조는 정책 당국이 점검하고 완화해야 할 문제다.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 의혹 역시 신속히 조사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

서울엔 첫눈, 코스닥엔 눈물…‘대책 발표’ 다음이 필요하다

[사진설명=코스닥 하락과 투자자의 거래 화면 확인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

당장의 과제는 반대매매 완충 조치가 실제 계좌에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어 코스닥의 유동성과 정보 환경을 반영한 공매도 규율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성장기업의 공시와 검증 체계를 강화하고, 단기 주가보다 기업의 성과를 기다릴 수 있는 장기자본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

어느 하나도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적용 대상과 시행 시점이 명확해야 하고,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확인한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효과가 부족하다면 보완하고, 제도의 빈틈이 드러나면 고쳐야 한다.

송월동의 첫눈과 내 창밖의 풍경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발표와 시장의 현실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 사이에는 국민의 생활비와 노후자금이 있고, 미래 산업을 키워야 할 기업의 자금조달이 걸려 있다.

필요한 것은 시장을 안심시키는 문장이 아니라 시장에서 작동하는 정책이다. 당국은 무엇을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그 조치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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