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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600선대로 추락…반도체 쏠림에 성장시장 구조적 한계 드러나

최준혁 기자 |
코스닥 600선대로 추락…반도체 쏠림에 성장시장 구조적 한계 드러나

시총 366조원대로 축소·2024년 말 지수 밑돌아…600선마저 위협

개인 중심 수급·공매도 충격 우려…정부 ‘셀렉트’ 도입 실효성 도마

코스닥이 끝내 600선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말 700선 붕괴 위기가 제기된 지 일주일여 만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와 투자 위축 우려가 확산됐다. 미국 기술주 급락의 충격이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번진 가운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던 코스닥도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지난 6일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5.03% 하락한 644.27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629.17까지 밀렸고 1400개 넘는 종목이 하락했다. 지난 4월 27일 기록한 연중 종가 최고치(1226.18)와 비교하면 불과 6개월여 만에 47.5%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도 약 679조5000억원에서 366조5000억원으로 313조원가량 감소했다. 지수는 2024년 말(678.19) 수준마저 밑돌면서 약 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코스닥은 이제 600선 붕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소부장 쏠림, 급락의 전조였나

시장 급락에 앞서 특정 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에 반도체 기업은 한 곳도 없었지만 지난 10월 초에는 6개사로 늘었다. 반면 제약·바이오 기업은 같은 기간 7개사에서 1개사로 줄었다. 시총 상위 30개사에서도 반도체 관련 기업이 연초 4개사에서 17개사로 급증하며 쏠림 현상이 확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성전하’라는 별칭까지 얻은 주성엔지니어링이다. 연초 코스닥 시총 57위에서 10월 1일 장중 2위까지 올라섰다. 당시 시총은 11조2252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313억원이었고,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21억원에 그쳤다. 실제 이익 규모에 비해 미래 수주와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과도하게 선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I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는 반도체 장비 기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가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글로벌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도 크게 나타났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반영된 지난 4~6일 코스닥지수가 8.5% 하락한 가운데 주성엔지니어링(-14.4%), 이오테크닉스(-20.8%), 리노공업(-12.9%), 심텍(-16.7%) 등 주요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은 더욱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시총 상위권을 차지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동반 급락이 코스닥 전체의 하방 압력을 키우면서 특정 업종에 집중된 시장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편 반도체에 밀려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서 물러났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재부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임상 성과와 기술수출 등이 주도권 회복의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이달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아리바이오홀딩스와 HLB테라퓨틱스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인 중심 시장, 공매도 안전장치는 충분한가

코스닥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배경에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수급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 6일까지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5.33%로 코스피(37.75%)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기관투자자 비중은 8.98%로 코스피(24.73%)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기관의 거래 참여 비중이 낮은 코스닥은 하락장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매수세가 약화하고 신용거래 반대매매 등 강제 매도가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여기에 공매도와 현·선물 연계 거래까지 집중되면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

문제는 시장 구조가 다른 코스피와 코스닥에 공매도가 모두 전 종목 허용된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가격 발견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실적보다 미래 성장 기대가 기업가치에 크게 반영되는 코스닥 기업에는 집중적인 매도 압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스닥에는 별도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과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급락장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다. 공매도가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 특성에 맞는 차등적 위험관리 체계의 필요성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급락 국면에서 기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과 제한 기간의 탄력적 운영을 강화하고, 현·선물 연계 거래 감시와 신용 반대매매 충격 완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등급을 나누면 달라질까…장기투자 기반이 관건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코스닥 활성화 대책 역시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거래소는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상장기업을 우량기업군인 ‘코스닥 셀렉트’, 일반기업군, 관리군으로 구분하는 승강형 세그먼트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셀렉트 편입 기업의 합산 시총을 코스닥 전체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구성하는 구상도 공개했다.

코스닥 전체 상장사에 연 1회 기업설명회(IR)를 의무화하고 일반기업군을 위한 전용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정책자금 및 세제 지원도 관계 당국과 논의 중이다.

기업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우량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코스닥에는 이미 2022년 11월 우량기업 51개사를 선정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출범했다. 거래소는 이번에 승강제와 연계 금융상품 확대 등을 통해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업을 다시 분류하는 것만으로 장기투자 자금이 유입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셀렉트 편입 기업에만 기관 자금이 집중된다면 나머지 성장기업은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 기존 글로벌 세그먼트의 성과를 평가하는 동시에 새로운 제도가 코스닥 전체의 투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코스닥은 당장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뿐 아니라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시장이다. 연구개발에 따른 일시적 손실과 구조적 부실을 구분하고, 성장기업에 대한 장기투자 확대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스닥의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나 바이오 기업의 임상·기술수출 성과가 새로운 상승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도 업종이 반도체에서 바이오로 바뀌는 것만으로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600선대로 밀려난 코스닥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다음 상승 업종을 찾는 것보다 성장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가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먼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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