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불응성 혈액암 환자서 완전관해 60%…주요 면역독성 미발생
예스카타·킴리아 초기 임상과 안전성 차별화 기대…12월 고용량 결과 공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세포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의 판도를 바꿨지만, 재발과 면역독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HLB이노베이션(024850)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CAR-T 치료제 ‘SynKIR-310’이 이 같은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치료 후 재발하거나 효과를 얻지 못한 혈액암 환자에서 완전관해율 60%를 기록했고, 대표적인 면역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임상에는 고령의 고위험 환자들이 포함됐다. 기존 승인 CAR-T 치료제의 초기 임상에서 상당수 환자에게 면역독성이 발생했던 것과 달리, SynKIR-310은 항종양 반응과 함께 주요 면역독성 미발생 결과를 확보했다. 오는 12월에는 투여량을 대폭 높인 추가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고령·고위험 혈액암 환자서 완전관해 60%
미국혈액학회(ASH)가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임상 1상 초록에 따르면, 베리스모는 재발성·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림프종 환자 6명에게 SynKIR-310을 투여했다. 환자들은 최소 두 차례 기존 치료를 받았으며, 연령 중앙값은 72세였다. 모두 3~4기 진행성 림프종 환자로, 공격성 림프종 환자 3명 모두에게서 치료가 까다로운 더블히트·트리플히트 유전자 이상이 확인됐다.
효능 평가가 가능한 5명 중 4명에게서 치료 반응이 나타났고, 3명은 암의 징후가 확인되지 않는 완전관해(CR)에 도달했다. 완전관해 환자 1명은 12개월 시점에도 반응을 유지했다.
안전성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투여 환자 6명 모두에게서 CAR-T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과 면역효과세포 관련 신경독성증후군(ICANS)이 발생하지 않았다. 용량제한독성과 치료 관련 중대한 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 4등급 호중구 감소와 백혈구 감소는 각각 1명에게서 나타났다.
CAR-T 치료제는 높은 항암 효과에도 면역독성 부담이 컸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로 이어진 ZUMA-1 임상 1상에서는 환자 7명 중 6명에게 CRS가 발생했고, 4명에게서는 3등급 이상의 신경독성이 나타났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개발 과정에서 진행된 CTL019 초기 연구에서도 환자 28명 중 5명에게 중증 CRS가, 11명에게 신경학적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임상별 환자 구성과 평가 기준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SynKIR-310은 기존 승인 CAR-T 치료제의 초기 연구에서 나타났던 주요 면역독성이 관찰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 차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현석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령 환자에게 투여했는데도 CRS와 신경독성(ICANS)이 1등급조차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라며 “완전관해까지 확인됐는데 주요 면역독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CAR-T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초기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ASH 구두발표 선정 역시 이러한 안전성 결과가 주목받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효능 측면에서도 초기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코호트 3 결과와 림프종 아형별 치료 반응을 통해 기존 승인 치료제와의 차별화 가능성을 추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향후 임상에서 항암 효과와 낮은 면역독성이 함께 재현된다면, KIR-CAR는 기존 CAR-T 치료제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였던 안전성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면역반응 줄이는 KIR-CAR…10억개 고용량 시험대
베리스모가 개발하는 KIR-CAR는 기존 CAR-T와 수용체 설계 방식이 다르다. 암세포를 인식하는 부분과 T세포 활성화 신호를 분리하고, 자연살해(NK)세포의 신호전달 단백질 DAP12를 활용한다. 베리스모는 이러한 다중사슬 수용체 설계로 항종양 활성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리스모가 앞서 공개한 전임상 연구에서도 KIR-CAR의 기술적 차이가 확인됐다. 지난해 ASH에서 발표한 동물실험에서는 SynKIR-310이 기존 단일사슬 CAR-T보다 저용량에서 빠르고 강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 실험 13일 차 기존 단일사슬 CAR-T 비교군의 사이토카인 수치는 SynKIR-310 등 KIR-CAR 치료군보다 IFN-γ 37배, TNF-α 27배, IL-2 17배 높았다. 베리스모는 올해 ASH에서도 두 기술을 직접 비교한 추가 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에서 투여한 T세포는 첫 번째 용량군 1억개, 두 번째 용량군 3억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예스카타의 최대 투여량은 2억개, 킴리아의 성인 림프종 투여 범위는 6000만~6억개다. 제품별 세포 수 산정 방식과 특성에는 차이가 있다. SynKIR-310은 기존 승인 치료제의 용량 범위와 일부 겹치는 수준에서 주요 면역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음 시험대는 10억개를 투여하는 세 번째 용량군이다. 앞선 3억개보다 약 3.3배 많은 세포를 투여해 항종양 효과와 면역독성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
김 연구원은 “기존 CAR-T 치료제는 투여량을 늘려도 효능이 크게 높아지지 않고 독성 부담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SynKIR-310은 현재까지 주요 면역독성이 관찰되지 않은 만큼, 고용량에서 더 깊은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포성·변연부 림프종 등 일부 아형에서는 기존 승인 CAR-T 치료제도 높은 반응률을 보이는 만큼, 환자별 치료 반응과 코호트 3의 추가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베리스모는 오는 12월 13일 ASH 정규 구두발표에서 코호트 3의 추가 임상 결과와 약동학·약력학(PK/PD) 분석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투여량을 10억개로 높인 환자들의 안전성과 항종양 반응, 치료 세포의 체내 증식·지속성에 관한 추가 데이터가 관심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