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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루 쓰나미’에 흔들린 AI 독주…배터리·신재생 부각, 바이오는 금리 주목

박해수 기자 |
美 ‘블루 쓰나미’에 흔들린 AI 독주…배터리·신재생 부각, 바이오는 금리 주목

민주당, 상·하원 이어 주지사 과반 확보…텍사스 정권교체에 데이터센터 투자 경계

자동차는 관세 완화 기대, 바이오는 금리 변수…정책 수혜와 실적 개선 구분해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과 주지사 과반을 확보하는 ‘블루 쓰나미’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업종별 투자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상승해온 반도체 섹터에는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됐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에는 친환경 정책 후퇴를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고, 바이오는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가능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가 국내 증시에 던진 화두는 순환매다. 반도체 중심의 투자 시각에서 벗어나 정책 변화와 금리, 실적, 개별 산업 일정을 함께 살펴야 하는 구간이 열렸다는 의미다. 다만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곧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면 폐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거부권과 행정부의 통상 권한이 남아 있는 만큼, 기대감과 실제 제도 변화 사이에는 시차가 불가피하다.

텍사스가 흔든 AI 투자…빅테크 강세 속 반도체 급락

이번 선거에서 기술주 투자자들이 주목한 지역은 텍사스다. 민주당의 지나 이노호사 후보가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으면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용수 사용, 세제 혜택을 둘러싼 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이노호사 당선인은 새로운 규칙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유예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텍사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이 집중된 핵심 지역이다. CNBC가 인용한 웰스파고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계획된 데이터센터 전력용량의 약 27%가 텍사스에 몰려 있다. 신규 인허가와 전력 공급 조건이 강화될 경우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뿐 아니라 서버·메모리·네트워크 장비 발주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경계감은 반도체 주가에 반영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엔비디아가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약 3.1% 내렸다. 반면 다우지수는 3.04%,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58%, 1.44% 상승해 반도체 약세와 시장 전반의 강세가 엇갈렸다.

같은 AI 산업에서도 주가 흐름은 달랐다. 아마존과 메타·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빅테크는 강세를 보인 반면 어플라이드디지털과 아이렌 등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는 급락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제한되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시설을 확장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규 시설 투자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기업별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이 이번 선거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8월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을 제한한 데 이어 9월에는 환경 인허가까지 일시 중단했다. 이노호사의 당선은 이러한 제한이 주민 보호 입법과 연계된 보다 포괄적인 승인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또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을 AI 투자 붕괴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이미 자금 조달과 계약을 마쳤거나 건설 중인 사업까지 선거 결과만으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수주보다 신규 프로젝트의 승인 속도와 비용 부담이 핵심 변수다. 국내 반도체 역시 업황 전체의 훼손 여부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 조정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압승에 달라진 기대…배터리·신재생 부각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는 민주당 승리 이후 정책 기대가 집중되는 업종이다. 민주당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와 전기차·재생에너지 지원을 중시해온 만큼, 관련 제도의 축소를 견제하거나 지원 복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가의 기대 반영과 실적 회복은 별개의 문제다. 배터리 업종에서는 정책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고객사 발주, 공장 가동률, 수익성 개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지원 확대 논의가 실제 사업 착공과 장비 주문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안고 있다. 친환경 정책 강화는 우호적이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 조절은 관련 전력 인프라 수요 전망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배터리·ESS를 하나의 정책 수혜주로 묶기보다 전기차용과 전력망용, 데이터센터 연계 사업의 매출 구조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는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기대와 금리 변수를 나눠 살펴야 한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 이후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은 나오지만, 이를 국내 신약개발 기업 전반의 직접적인 수혜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미국 의료정책 변화와 개별 바이오 기업의 임상·허가·기술수출 성과는 서로 다른 투자 변수다.

선거 결과가 반영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한 점은 성장주 투자심리에 우호적인 배경이다. 다만 하루의 국채금리 하락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결정과 곧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향후 유가와 물가, 고용지표가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를 어떻게 바꾸는지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 업종은 유가와 시장금리 흐름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임상·허가 일정과 기술이전 성과에 따라 주가가 엇갈릴 수 있다. ‘민주당 승리’라는 공통 재료보다는 임상 일정과 허가 가능성, 자금 여력, 기술이전 계약의 질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세는 여전히 트럼프 손에…조선·자동차 셈법 복잡

자동차에는 의회의 통상정책 견제 강화에 따른 관세 완화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관세 철회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행정부가 행사하는 통상 권한도 남아 있다. 자동차 업종의 투자 논리는 ‘관세 철회 확정’보다 ‘통상 압박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

조선업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온 만큼 선거 이후 정책 지속성을 점검해야 하는 업종이다. 그러나 한미 조선 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특정 정당만의 의제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 조선업과 해운 경쟁력 복원은 민주·공화 양당이 함께 추진해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 이후에도 협력의 큰 틀은 유지될 수 있지만, 실제 수혜 범위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미국 함정의 해외 건조 허용 여부와 현지 투자 조건에 따라 국내 조선사의 기회가 신조선 수주로 확대될지, 유지·보수·정비(MRO)와 블록 공급, 현지 조선소 사업에 집중될지가 달라질 수 있다.

로봇과 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선거의 직접 수혜 여부보다 개별 산업 일정과 사업 성과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로봇은 내년 1월 CES를 앞둔 신제품·사업전략 공개 기대를 관찰하되, 전시회 관심이 실제 고객 확보와 매출로 연결되는지 구분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한 외교 일정이 관심사다. 다만 정상회의 개최 자체가 중국 내 공연이나 콘텐츠 유통 확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관련 기대가 주가에 반영될 경우 실제 공연 승인과 사업 발표가 뒤따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화장품은 새로운 정치적 재료보다는 기업별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할 업종이다. 수출 증가와 유통채널 확대가 매출뿐 아니라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건설은 이란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완화 및 종전 기대가 제시되는 영역이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만으로 종전 시점이나 재건사업 발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재건 기대가 구체적인 투자 논리가 되려면 금융지원과 사업 공고, 계약 체결 등 후속 절차가 확인돼야 한다.

가상자산 역시 단기 반등을 선거 수혜로 단정하기보다 별도의 가격·수급 흐름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루의 움직임만으로 정책 방향이나 추세 전환을 판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중간선거 이후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에서 비반도체 업종으로 얼마나 자금이 이동할지에 쏠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규제가 실제 발주와 실적 전망에 미치는 영향, 친환경 정책의 입법 진전 여부도 관심사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의 방향성과 함께 배터리·신재생의 정책 변화, 바이오의 금리 환경, 조선의 실제 수주, 소비재의 실적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선거 이후 비반도체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책 기대가 실제 발주와 수주,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업종별 주가 흐름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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