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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경쟁, 현금흐름은 갈렸다…빅테크 자금 조달 시험대

송정희 기자 |
AI 투자 경쟁, 현금흐름은 갈렸다…빅테크 자금 조달 시험대
[출처: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자금 조달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메타·알파벳, 3분기 설비 지출이 영업현금 상회…MS는 잉여현금흐름 흑자 유지

매출 성장과 투자금 회수 사이 시차…증자·리스·고객 선납금 활용 확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관련 사업이 성장하는 동안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돈도 늘면서,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설비 지출이 웃도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수요 확대가 실제 현금 유입으로 연결될 때까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능력이 투자 경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사업 성장세는 주요 클라우드 기업의 실적에서 확인된다. 올해 7~9월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약 307억달러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매출도 48% 늘었다. 다만 두 사업에는 AI 이외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올해 2분기부터 매출로 인식하기 시작한 TPU 시스템 판매도 성장에 기여했다. 이들 매출 성장률만으로 AI 서비스 이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업마다 투자 성과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경로도 다르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연산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요금을 받는다. 광고 비중이 높은 메타에서는 콘텐츠 추천과 광고 효율 개선이 핵심 수단이다. 메타는 AI가 이미 광고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지만, 새로운 AI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핵심 사업 투자보다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 확충에 돈을 쓴 뒤 그 효과가 충분한 현금으로 돌아오기까지 간격이 생기는 것이다.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메타의 장기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잉여영업현금흐름 적자의 지속 기간, 신규 서비스 매출이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까지 걸릴 시간 등을 우려했다.

실제 메타는 3분기 영업활동으로 327억9000만달러의 현금을 창출했지만, 금융리스 원금 상환을 포함한 설비투자에 349억1000만달러를 썼다.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억2000만달러였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했음에도 해당 분기에 벌어들인 돈만으로 설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다.

알파벳 역시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이 약 423억달러였으나 설비투자에는 약 514억달러를 지출했다. 두 금액의 차이인 잉여현금흐름은 약 91억달러 적자였다. 이 결과에는 인프라 투자 외의 요인도 반영돼 있다.

알파벳은 7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과징금과 이자로 52억달러를 지급했다. 회사는 TPU 시스템 판매를 위한 재고 축적도 영업현금흐름을 낮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금흐름표상 전체 재고 항목에서 차감된 금액은 약 32억달러였다. 과거 제재에 따른 지급과 사업을 키우는 과정의 운전자금 수요가 동시에 반영된 셈이다. 재고에 투입한 자금은 납품과 대금 수령 일정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므로 과징금과 구분해 살펴야 한다.

MS는 설비 지출을 감당하고도 현금이 남았다. 올해 7~9월에 해당하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영업현금흐름은 580억달러로, 유형자산 취득에 지급한 현금 394억달러를 웃돌았다. 회사가 제시한 잉여현금흐름은 186억달러 흑자였다. MS는 클라우드 청구액과 대금 회수가 늘어난 점을 영업현금흐름 개선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들 수치는 기존 사업을 포함한 회사 전체의 실적이다. 금융리스 원금 상환의 포함 여부 등 잉여현금흐름 산식에도 차이가 있어 절대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이 설비 지출을 얼마나 충당하느냐에 따라 외부 재원의 필요성은 달라진다. 다만 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곧바로 유동성 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지속 능력을 판단하려면 보유 현금과 추가 자금 조달 여건도 함께 따져야 한다.

투자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10월 19일 공개한 분석에서 초기 AI 투자는 자체 현금이 주요 재원이었으나 최근에는 채권과 주식 발행의 역할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주요 기업의 영업현금 창출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들어, 외부 조달이 늘었다고 본업이 약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메타는 추가 인수 옵션을 제외하고 총 375억달러 규모의 보통주 및 의무전환우선주 연계 예탁증권 공모 조건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예탁증권 125억달러어치는 지난 10월 29일 발행이 끝났다. 보통주 250억달러는 선도매각 계약과 연계돼 있어 메타의 자금 수령은 계약 정산 시점에 이뤄진다. 발표된 조달 규모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에는 차이가 있다.

오라클은 초기 지급 부담을 분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28일 투자자 행사에서 공급업체 금융, 고객이 제공하는 하드웨어, 고객 선납금 등을 활용해 잉여현금흐름이 흑자로 전환될 때까지 현금 소요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해 장비를 마련하는 주체와 대금 지급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장기 임차계약과 보증도 재무 부담을 따질 때 포함해야 한다. S&P는 앞서 8월 27일 발표한 AI 인프라 보고서에서 부채와 리스, 보증의 활용이 늘고 있으며 합작법인과 특수목적법인, 잔존가치보증 등이 신용분석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지출을 분산할 수 있지만, 계약에 따라 발생할 지급 의무와 위험은 남는다.

기업 공시와 조달 계획을 종합하면 AI 산업의 성장성을 살필 때는 매출 증가율과 투자비 회수 속도를 함께 봐야 한다. 본업의 현금 창출력, 새 설비에서 발생하는 수입, 차입금 상환과 장기계약의 지급 일정이 맞물려 투자 여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수요를 매출로 연결하는 능력에 더해 지출과 수입 사이의 간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기업별 경쟁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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