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투자주의환기종목 폐지·법차손 규제 개선 촉구
연구개발 손실과 경영 부실 구분 필요…성장 지원과 투자자 보호 과제
코스닥이 700선 붕괴 위기에 놓인 가운데 공매도 금지와 상장 유지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기업에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코스닥의 특성을 현행 규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 코스닥 공매도의 6개월 한시 중단과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공개된 데 이어, 최근에는 공매도 원칙적 금지와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제도 폐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코스닥의 성장금융 기능과 상장 유지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대된 셈이다.

720대로 밀린 코스닥…공매도 제도 향한 불신
코스닥의 약세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10월 30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85포인트(3.83%) 하락한 724.38에 마감했다. 지난 4월 한때 1200선을 넘었던 지수는 이제 7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은 특정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면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지고,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관과 개인 간 자금력·정보력 격차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청원은 코스닥이 바이오·인공지능·반도체 등 혁신기업의 성장자금 조달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코스피와 기업 구성 및 시장 성격이 다른 만큼 공매도 규제도 코스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매도가 최근 코스닥 하락의 주된 원인인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공매도에는 가격 발견과 과열 억제 기능도 있다. 금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공매도 거래·잔고와 시장 유동성, 다른 투자 주체의 매매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5년 연속 영업손실…환기종목 지정 기준 논란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기준도 논란이다. 코스닥에서는 최근 5개 사업연도에 각각 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를 지정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한다. 다만 기술성장기업에는 해당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가 있다.
청원은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업에 연속 영업손실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한다. 신약개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발생한 적자와 사업 경쟁력 상실에 따른 적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개발 중심 기업은 제품 상용화 이전까지 매출보다 비용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환기종목으로 지정되면 투자심리 위축과 자금조달 부담이 커져 연구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환기종목 지정제도는 투자자에게 위험 신호를 제공하는 기능도 한다. 지정 사유에는 연속 영업손실 외에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취약점 등도 포함된다.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려면 연구개발 손실과 경영 투명성 문제를 구분하고, 위험정보를 제공할 대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법차손 규제…연구개발 손실과 재무위험 구분해야
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기준도 쟁점이다. 현행 규정상 원칙적으로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 각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차손이 발생하고, 손실액이 10억원 이상이며 최근 사업연도에도 법차손이 있으면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술성장기업 등에는 일정 기간 적용이 유예된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장기간 연구개발 지출이 손실로 반영되는 상황에서 법차손 규제까지 적용되면 기술개발과 자금조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번 청원은 전환사채 관련 비현금성 평가손실 등 회계상 요인도 지적했다. 일부 금융부채 평가손실이 법차손 산정에서 제외되더라도 자기자본 감소로 법차손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핵심은 손실 규모뿐 아니라 발생 원인과 사업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와 사업 경쟁력 약화로 누적된 손실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혁신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재무위험을 외면할 수는 없다. 현금흐름과 자금조달 능력, 연구개발 진행 단계와 사업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투자자가 자본 훼손 위험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개인 중심 시장…정책 논의에도 의견 반영 필요
개인투자자의 높은 참여도는 코스닥 제도 논의에서 중요한 변수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30일까지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의 개인 비중은 65.4%였다. 2024년 79.3%, 지난해 73.8%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코스닥 거래의 중심이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반영할지도 과제다.
물론 청원에 담긴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공매도 금지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고,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투자자 보호 장치도 유지해야 한다. 혁신기업 지원이 부실기업 보호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다만 이번 청원을 단순한 시장 부양 요구로만 볼 일은 아니다. 혁신기업이 성장할 시간을 보장하면서도 투자자가 위험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정책당국과 거래소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구체적인 제도 검토와 대안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원칙은 지키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당장의 손실로 나타나는 기업의 특성을 현행 기준과 예외 규정이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