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TC 중국 점유율 38.5%로 삼성 추월…글로벌 격차도 축소
삼성 시안 286단·SK 다롄 240단 전환…美 장비 규제 속 협상
중국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현지 업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8%포인트 뒤졌던 중국 양쯔메모리(YMTC)가 올해 2분기에는 오히려 5%포인트 앞서면서 시장 판도가 뒤집혔다. SK하이닉스까지 포함한 한국 양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50.5%로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는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YMTC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중국 공장의 첨단공정 전환에 나선 한국 기업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는 2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낸드 생산시설의 첨단공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도 공장 업그레이드 사실을 확인했으며, 미국 정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YMTC 중국 시장 1위 등극…글로벌 점유율 격차도 축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YMTC의 중국 낸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 28%에서 올해 2분기 38.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6%에서 33.5%, SK하이닉스는 20%에서 17%로 낮아졌다.
지난해 연간과 올해 2분기를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YMTC의 점유율 격차는 13%포인트 뒤집혔다. 한국 양사의 합산 점유율도 5.5%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1위가 뒤바뀌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28%, SK하이닉스 19%, YMTC 14%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YMTC의 점유율은 각각 32%, 9%로 양사의 격차가 1년 만에 23%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축소됐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YMTC의 추격은 중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YMTC의 기술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현재 160단과 232단 낸드를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294단 제품도 소량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300단 이상 제품 생산도 추진 중이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과 PC,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된다.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는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저장 용량을 늘리고 단위 용량당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삼성 시안 286단·SK 다롄 240단…중국 공장 첨단화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현재 약 200단 수준인 낸드 생산공정을 286단 9세대(V9)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거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모나미(Monami)’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12월 월 5000장 규모의 286단 낸드 웨이퍼 생산을 시작으로 2027년 12월에는 월 4만장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정 전환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의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산능력 확대나 신규 공장 건설은 아니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중국 다롄 공장의 공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192단인 낸드 생산공정을 240단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으로, 2021년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생산시설을 활용한다. 다롄 공장은 현재 솔리다임의 유일한 낸드 제조 거점이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다롄 공장에서 최대 240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으며, 향후 300단 이상 제품 연구개발을 위해 미국 정부에 추가 승인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양사의 공정 전환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의 기존 생산라인을 286단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의 공정 고도화와 미가동 시설인 모듈 B의 장비 설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중국 외 생산시설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286단, SK하이닉스가 321단 낸드를 상용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400단 이상 낸드 시제품도 공개했다. 중국 공장의 첨단화는 현지 생산시설과 글로벌 생산거점 사이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美 수출통제 속 공장 첨단화…SK하이닉스 미국 투자도 논의
미국 정부는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과 공정 전환을 놓고 미국 당국과 협의 중이며, 이번 첨단화 계획에 필요한 장비가 어느 범위까지 승인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 문제를 미국 내 신규 낸드공장 투자와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15일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중국 다롄 공장 내 ‘모듈 B(Mod B)’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추가 설치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허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모듈 B는 2023년 완공됐으나 당시 메모리 업황 악화로 장비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시설이다.
당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다롄 공장에서 생산을 늘릴 경우 솔리다임이 미국 신규 낸드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솔리다임은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공장 건설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오하이오주 인텔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임차하는 방안도 별도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모듈 B의 장비 설치가 미국 정부와의 협의 및 승인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다롄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중국 낸드 시장에서 YMTC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생산 전략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업체의 추격에 대응해 첨단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미국의 장비 수출통제로 투자 선택지는 제한돼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 허가와 미국 신규 생산시설 투자까지 함께 논의하면서 미·중 양국의 반도체 정책 사이에서 생산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