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정상세포 배양해 ECM 생산…연어·인체조직 유래 제품과 차이
20년 가까운 세포 연구 기반…엘앤씨바이오와 경쟁 예고
HLB셀이 사람의 정상세포를 배양해 만든 세포외기질(ECM) 소재로 스킨부스터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연어 유래 DNA 성분이나 기증받은 인체 피부조직을 활용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세포배양 과정에서 얻은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인공간과 조직재생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을 피부미용 제품으로 확장한다.
HLB이노베이션의 자회사 HLB셀은 자체 ECM 플랫폼 ‘휴트리겔(Hutrigel)’을 활용한 스킨부스터 제품화를 마치고 사업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연어 DNA·인체조직과 다른 세포배양 방식
스킨부스터는 피부에 유효 성분을 주입해 보습과 탄력 개선 등을 유도하는 미용의료 제품이다. 파마리서치의 ‘리쥬란’은 연어과 어류에서 추출한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를 활용한다. DNA 유래 고분자인 PN은 피부 조직의 회복을 돕는 소재로 사용된다.
최근 주목받는 엘앤씨바이오의 ‘리투오’는 원료부터 다르다. 기증받은 인체 피부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 성분을 남겨 활용한다.
ECM은 세포를 둘러싸고 지지하는 단백질과 다당류 등의 복합체다. 콜라겐이 조직의 형태를 유지한다면 라미닌 등 기저막 단백질은 세포의 부착과 성장 환경 형성에 관여한다. DNA 유래 성분인 PN과는 소재 자체가 다르다.
HLB셀의 휴트리겔은 같은 ECM 소재라도 원료를 얻는 방식이 다르다. 기증받은 피부조직을 가공하는 대신 사람의 정상세포를 배양해 세포가 만들어낸 ECM을 회수한다. 특히 세포가 조직에 자리 잡도록 돕는 기저막 성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기증 조직의 확보량에 의존하지 않고 배양 규모에 따라 원료 생산량을 확대할 여지가 있으며, 배양 조건을 관리해 품질의 균일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 피부 개선 효과와 안전성은 제품 검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HLB셀이 스킨부스터를 출시하면 인체조직 유래 ECM 제품인 ‘리투오’를 앞세운 엘앤씨바이오와 경쟁하게 된다. 두 제품은 같은 ECM 계열이지만 원료 확보 방식이 달라 생산 규모와 공급 안정성, 가격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HLB셀은 세포배양을 통한 원료 생산과 품질 관리 기술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가까운 세포 연구…반도체·CAR-T 이어 미용의료까지
HLB셀의 휴트리겔은 바이오인공간과 세포·조직재생 연구에서 발전한 기술이다. 전신인 라이프리버는 2009년 라이프코드의 연구인력과 관련 사업을 인수해 설립됐으며, 바이오인공간 개발을 중심으로 세포배양 기술을 축적해왔다. 이후 사람 정상세포에서 ECM을 생산하는 기술로 연구 범위를 넓혀 2023년 휴트리겔 플랫폼과 연구용 제품 개발을 마쳤고, 이듬해 ‘휴트리겔-RU’를 출시했다.
휴트리겔-RU는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의 입체적인 성장을 돕는 배양 소재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등을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장기유사체로, 세포가 조직 형태로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하는 ECM이 중요하다. 기존 연구에는 쥐 종양 유래 ECM인 매트리겔이 널리 사용돼 왔는데, HLB셀은 사람 정상세포 유래 ECM을 대체 소재로 개발해 2023년 한국생체재료학회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HLB셀, 세포외기질 플랫폼 ‘휴트리겔’의 연구용(RU)·의료용(MU)·미용의학용(AU) 개발 분야]
미용의료 분야 진출도 같은 해부터 준비해왔다. HLB셀은 2023년 HLB제약과 휴트리겔에 히알루론산 가공 기술을 결합한 조직재생 기능성 필러 공동개발에 착수하고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2025년 공시된 사업보고서에는 미용용 ‘휴트리겔-AU’의 연구용 배치 제형화와 시험관 내·생체 내 예비효능 평가를 완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면부 주름 개선 등을 목표로 개발해온 제품으로, 회사 홈페이지에는 비임상시험 준비 단계로 표시돼 있다. 이번에 제품화를 마친 스킨부스터와 AU 파이프라인이 동일한 제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 전망도 사업화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인체조직 유래 ECM 스킨부스터 시장이 2025년 99억원에서 2027년 1729억원으로 약 17.5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인체조직 유래 제품을 중심으로 산정한 수치로, 세포배양 유래 제품 시장은 별도로 추정하지 않았다.
HLB이노베이션의 사업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반도체 리드프레임을 주력으로 생산해온 HLB이노베이션은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통해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HLB셀 지분 99.3%를 약 362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국내 세포·재생의학 연구 기반을 확보했다. 베리스모의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과 HLB셀의 세포배양 기술을 연계해 한국과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휴트리겔 스킨부스터가 상용화되면 반도체와 세포치료제에 이어 미용의료 소재까지 사업 영역이 넓어진다. 제품 안전성 검증과 인허가, 대량생산 체계 구축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연구용 소재로 개발한 기술을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