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사전예약 비중 2년 새 55%→70%
이마트도 72.6%…한우는 450g→200g 소포장 확산
추석 선물시장에서 ‘대목’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명절 직전 매장에 소비가 몰리던 과거와 달리 대형마트에서는 선물세트 매출의 70% 이상이 사전예약 기간에 발생한다. 명절 장사의 승부가 추석 직전이 아니라 한 달 이상 앞서 시작되는 셈이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일찍 구매해 할인과 상품권 혜택을 챙기는 동시에 프리미엄 한우도 필요한 만큼 나눠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올해 1++등급 한우 선물세트의 포장 단위를 기존 450g에서 200g으로 줄였다.
단순히 ‘싸게 사는 명절’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다. 구매 시점은 빨라지고 소비 단위는 세분화되면서 유통업계의 명절 장사도 추석 직전 판매 경쟁에서 한발 앞선 수요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55%에서 70%로…사전예약이 주력 판매로
변화는 최근 2~3년 사이 뚜렷해졌다. 롯데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에서 사전예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5%에서 2024년 60%, 지난해 70%로 높아졌다. 2년 만에 15%포인트 상승했다.
이마트 역시 2024년 61.6%였던 사전예약 비중이 지난해 72.6%로 1년 만에 11%포인트 늘었다. 선물세트 매출 10원 가운데 7원 이상이 추석 직전 정식 판매에 들어가기 전에 발생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판매 전략도 이에 맞춰 앞당겨졌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사전예약 기간을 지난해보다 이틀 늘린 42일로 잡았다. 구매 금액에 따른 상품권 혜택은 1차 기간 최대 600만원에서 2차 최대 400만원, 3차 최대 250만원으로 낮아진다.
롯데마트도 9월 16일까지 6주간 사전예약을 진행한다. 구매 금액에 따른 상품권 또는 즉시 할인 규모는 1차 최대 1200만원에서 2차 800만원, 3차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상품을 살 계획이라면 일찍 움직일수록 혜택이 커진다. 소비자는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유통업체는 정식 판매 전에 매출과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사전예약이 정식 판매를 보조하는 판촉 행사를 넘어 명절 선물시장의 주력 판매 기간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일찍 사고, 작게 나눈다…450g 한우도 200g으로
구매 시점과 함께 선물의 구성 단위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전체 한우 선물세트 매출에서 소포장 상품인 ‘소담 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에서 지난해 34%로 높아졌다. 올해는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석에는 1++등급 한우 선물세트의 포장 단위도 기존 450g에서 200g으로 줄였다. 품질을 낮춘 저가 상품으로 바꾸는 대신 프리미엄 등급은 유지하면서 한 번에 먹기 편하도록 양을 나눈 방식이다.
강우재 현대백화점 정육 바이어는 명절 간소화와 가구 구성원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필요할 때마다 신선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선물세트 선호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포장이 곧 저가 소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0g 단위 상품에도 1++등급 한우와 특수부위 등 프리미엄 제품이 포함됐다. 가격과 품질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보관과 소비 편의성을 높이려는 수요에 가깝다.
반면 가격 부담 자체를 낮춘 상품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약 900종의 선물세트를 마련하면서 4만~6만원대 과일과 10만원 미만 축산 등 실속형 상품군을 강화했다.
실속형과 프리미엄 소포장이 동시에 확대되는 것은 명절 소비가 단순한 저가 선호보다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무조건 싼 선물을 찾기보다 예산과 가구 구성, 소비 방식에 맞춰 가격과 양을 조정하고 있다.
추석 직전보다 먼저 잡아라…앞당겨진 유통 경쟁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유통업체의 명절 경쟁 시점도 빨라졌다. 백화점도 사전예약 확대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추석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보다 95% 늘었고 올해 설에는 120% 증가했다. 올해 추석에는 예약 판매 시기를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앞당기고 인기 상품 물량을 최대 2배 확대했다.
대형마트에서는 변화가 더 분명하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모두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의 70% 이상이 사전예약에서 발생했다. 정식 판매가 시작될 무렵이면 이미 명절 선물 수요의 상당 부분이 결정돼 있다는 의미다.
올해 정부도 추석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규모인 590억원을 투입하면서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사전예약 비중의 지속적인 상승은 올해 할인 확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수년간 소비자의 구매 시점 자체가 꾸준히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달라진 것은 명절 대목의 크기보다 대목을 만드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더 일찍 움직이고 선물은 가격과 양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추석 직전 매장에 집중됐던 명절 장사는 한 달 이상 앞선 예약 판매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사전예약은 더 이상 정식 판매에 앞선 판촉 행사가 아니라 명절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핵심 판매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