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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성공·기술수출에도 매도세…바이오주에 높아진 수익성 잣대

김정은 기자 |
임상 성공·기술수출에도 매도세…바이오주에 높아진 수익성 잣대
[출처: 바이오 신약 개발과 주식시장 하락을 표현한 이미지. (AI 제작)]

모더나, 암백신 3상 성공에도 17% 급락…급등한 주가에 차익실현

알테오젠·한미약품도 호재 이후 하락…계약 조건·상업화 성과에 관심

임상 3상 성공, 수조원대 기술수출, 신약 품목허가. 바이오기업의 가치를 높일 만한 성과가 잇따랐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미국 모더나는 암백신 임상 3상 성공에도 주가가 하루 만에 17% 넘게 급락했다. 알테오젠은 노바티스와 4조40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하고도 이틀간 5.98% 하락했고, 한미약품 역시 비만신약 허가 다음 날 10% 넘게 떨어졌다.

주가 하락의 배경은 기업마다 달랐다. 모더나와 한미약품은 성과 발표 이전의 가파른 주가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 반면, 알테오젠은 주가 부진 속에서도 대형 기술수출이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임상 성공과 계약 체결 자체보다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따져보는 시장의 평가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모더나, 암백신 성공에도 급락…임상보다 먼저 달린 주가

모더나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암백신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한 환자군은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보다 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42% 낮았다. 원격전이 또는 사망 위험도 38% 감소했다. 치료 2년 시점의 무재발생존율은 병용군 82.2%, 단독군 70.0%로 12.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대규모 임상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지만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17.57% 급락한 202.63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은 25%를 웃돌았다.

당초 24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할 예정이던 상세 임상 데이터 일부가 사전에 유출되자 모더나와 머크는 22일 전체 결과를 공개했다. 예상보다 이른 데이터 공개 이후 주가에는 매도세가 집중됐다.

주목할 대목은 발표 이전의 주가 흐름이다. 모더나와 머크가 지난 8월 19일 임상 3상의 주요 목표 달성을 발표한 이후 10월 21일까지 모더나 주가는 거의 4배로 올랐다. 올해 상승률도 50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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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트레이딩뷰, 모더나 주가 추이(2026년 2~10월)]

8월에는 임상 성공 여부가 먼저 공개됐고 구체적인 효능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개인맞춤형 암백신의 상업화와 다른 암종으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주가에 반영했다.

이번 임상 3상에서 재발 억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원격전이 억제 효과는 일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앞선 임상 2b상과는 환자군과 추적 기간 등이 달라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이미 크게 오른 주가에는 더 높은 기대가 형성돼 있었다.

임상 성공이라는 사실은 같았지만 성공 가능성에 투자하던 8월의 시장과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한 10월의 시장은 정반대로 반응했다.

모더나와 머크는 미국 허가 신청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흑색종에서 확인된 치료 효과가 다른 암종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 실제 판매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지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알테오젠, 4.4조 기술수출에도 하락…계약 총액보다 수익 조건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의 핵심 기술인 ALT-B4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 GSK 자회사 테사로, 3월 바이오젠, 8월 비공개 파트너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9월 2일에는 노바티스와 최대 32억2300만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4조4165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했다. 올해 네 번째 ALT-B4 기술수출이자 기존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계약 발표 당일 주가는 장중 9% 넘게 상승했다가 하락 전환해 0.83% 내린 29만8500원에 마감했다. 다음 날에도 5.19% 하락한 28만3000원을 기록했다. 발표 직전인 9월 1일 종가와 비교하면 이틀간 5.98% 떨어졌다.

대형 기술수출이 발표됐지만 주가 부진을 되돌릴 만큼의 매수세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코스닥시장 전반의 약세도 영향을 미친 만큼 주가 하락을 계약 조건에 대한 실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대 4조400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가 발표 직후 지속적인 매수세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계약 총액과 실제 수령액 사이에는 옵션 행사와 개발·상업화 단계별 성과 달성이라는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계약의 최대 금액은 향후 옵션 행사와 개발·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이다. 판매 로열티는 별도로 지급되며, 적용 의약품과 사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 1월에도 시장은 기술수출 계약보다 수익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알테오젠은 20일 테사로와 계약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3.0% 하락했고, 다음 날 머크의 키트루다 SC 로열티 조건이 알려지면서 22.35% 급락했다.

당시 시장에서 추정하던 로열티율은 약 4~5%였으나, 공개된 조건은 최대 10억달러의 판매 마일스톤을 모두 수령한 이후 순매출의 2%였다. 기존 계약이 변경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 기대와 실제 조건 사이의 차이가 주가에 반영됐다.

바이오젠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는 판매 로열티가 한 자릿수 중반대(mid-single-digit)로 기재돼 있다. 같은 ALT-B4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계약별 로열티율이 다르며, 실제 수익 규모는 적용 의약품의 매출과 마일스톤 등 다른 조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SC 상업화와 추가 기술수출을 통해 사업 성과를 확대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계약 체결 자체보다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약품, 비만신약 허가 다음 날 10% 급락…출시 이후 실적에 관심

한미약품도 신약 허가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오토인젝터주(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다음 날 주가는 10.02% 하락한 48만500원에 마감했다.

하락세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14일 종가는 40만4500원으로, 허가 직전인 6일 종가 52만3000원보다 22.66% 낮았다. 15일 장중에는 3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 7월 말 30만원대 초반에서 허가 직전 50만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신약 허가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실제 시장 경쟁력으로 옮겨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발표한 국내 임상 3상 40주 중간분석에서 평균 9.75%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오는 29일께부터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시작될 예정이며, 첫 달 투약분 공급가격은 약 13만원으로 알려졌다. 실제 환자 부담액은 공급가격과 다를 수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선점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처방과 매출을 얼마나 확보할지가 향후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모더나와 한미약품은 성과 발표 이전의 주가 급등이, 알테오젠은 계약별 수익 조건과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각각 주가 반응에 영향을 미쳤다. 하락 배경은 달랐지만 임상 성공과 기술수출, 신약 허가라는 성과가 발표 직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세 기업의 사례는 바이오기업의 성과가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상 성공에는 이미 반영된 기대와 추가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기술수출에는 실제 수령할 계약금과 로열티가, 신약 허가에는 출시 이후 처방과 매출이 각각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성과의 크기뿐 아니라 현재 주가에 반영된 기대와 향후 실현될 수익 사이의 간격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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